굴메오름(군산오름)에서 길을 잃고 헤메다
몇 해 전부터 간다 간다 하다가 들리지 못한 굴메오름(군산오름). 어머니가 몇차례 다녀오셨고 운동겸 가족 산책겸 군산에 다녀오기로 했다. 바다에 붙어 있는 오름들은 그 높이를 막론하고 좋은 경치를 많이 가지고 있다. 탁 트인 전망은 언제나 손님들을 끌어 모으는 매력이 있다. 또한 일제 시대에 이런 오름들은 바다와 육지를 관찰하기 좋아서 많은 진지동굴이 구축되어 운영되고 있었다. 가까운예로 송악산이나 별도봉을 봐도 진지동굴들이 모두 구축되어 있다.
출발지인 제주시 날씨가 워낙 좋아 기대를 많이 하고 갔다. 그러나 왠걸 어머니의 어설픈 지리 기억력에…처음 길찾기 부터 난관이더니, 현대자동차 정품옵션으로 있는 네비게이션에서는 군산오름이 검색되지 않는다. 이게 옵션이 얼마짜린데! 군산오름도 검색이 되지 않는건가 ?! 우리는 관광용 렌트카 네비로 찾아가는 정상까지 차로 가는 길은 고려하지 않았다. 예래동 방향에서 정상을 향해 올라가도록 조성된 군산산책로에 도착 그곳에서 정상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 우린 이날 하산코스를 잘못 선택한 탓에 일주도로를 쭉 돌아 차를 세워둔곳까지 약 2시간 정도를 올레길을 걷듯이 걸어다녀야 했다. 물론 이 또한 우리 어머니의 선택 때문이었다. T-T;
차를 세운곳에서 정상까지는 꽤 높은 경사도를 자랑했다. 중간 갈래길에서 논짓물 방향으로 둘러서 올라가는 길과 바로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는데 원래 계획은 논짓물 방향으로 둘러서 올라간 다음 바로 올라가는 길로 내려와서 주차지역까지 걸어가는 약 35분 정도의 코스를 선택했었다. 그러나 그 일정이 두시간이 넘는 일정으로 바뀔줄이야 꿈에나 상상이나 했으랴 !
▲ 차량으로 도착한 곳에는 친절한 안내판 까지 붙어있었다. 하지면 결국 헤멨다는 진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 시작부분 경사도가 꽤나 높다. 그래도 목책으로 계단을 넣어줘서 미끄럽거나 하지는 않았다.
▲ 정상 바위에 서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다. 날씨가 좋다. 정상에서 보이는 전경이 끝내줄 거라고 믿고 있었다.
▲ 굴메오름(군산오름)에는 이런 진지동굴이 무척이나 많다. 해상으로 육상으로 모두 가시거리가 좋고 탁트여 있어서 군사적으로 상당히 요충지였음을 알 수 있다.
▲ 뒤쪽으로 돌아올라갈때 보이는 바닷가 전경이 예쁘다. 서귀포쪽은 구름과 해무가 많이 껴있는 상태라 가시거리가 좋지를 않다.
▲ 땀이 삐질삐질 흘러내리고 숨이 턱턱 차오를 무렵 발밑을 보게 된다. 초록과 닳아있는 목책의 색상이 너무나 어울리고 예쁘다. 보잘것 없는 것 같은 그곳에서도 생명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 태풍 때문이었는지 다른 작업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산책로 중간중간에 치워지지 않고 방치된 꺽인 나뭇가지들이 한가득씩 쌓여 있어 통행을 불편하게 하고, 동시에 등산객들을 위험하게 하는 요소가 될수 있지 않나 하는 불안감이 다가왔다. 이런 것들은 좀 제때제때 치워주면 좋을텐데 하는 관리상의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는 곧 정상에 도착.
도착과 함께 몰려오는 해무와 구름들이 정상을 뒤덮어 주신다. 마치 안개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속에… 광활하고 아름다운 전경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우리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한라산도 아니고 고작 해발 400m 도 되지 않는 오름에서 이런 기상의 변화를 만끽할 줄이야 T-T;
▲ 정상 도착후 후다닥 사진촬영, 그나마 배경에 바로 아래 창천 초등학교방향쪽 마을이 보인다.
▲ 굴메오름에서의 풍경을 보지 못한 대신 촬영하게 된 일락 하늘소. 이렇게 늠름하고 멋진 곤충이 삼림해충이란다.
▲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길에 정상으로 올라간 젊은 커플 한팀. 그들도 우리처럼 정상의 안개와 일락 하늘소를 만끽하고 있을까 ?
▲ 창천 초등학교 방향으로 내려가는 7번 진지동굴 방향 길이었던가 ? 여기 생각외로 갈래길이 너무 많다. 뜨악!!! 그리고 약간 내려가자 보이는 한라산방향의 전망대와 그 전망대의 조명을 설명하는 설명판이 있었다.
▲ 그리고 조금후에 나타난 산딸기 밭(?) 우와 산딸기가 엄청 많았다. 윤이랑 함께 왔으면 무척 좋아했을텐데 ^-^; 무슨 얘기인지 모르시는 분들은 “저지오름 편“을 확인해주세요.
▲ 하산길 끝자락에서 볼 수 있는 근사한 옆으로 누워있는 나무가 멋드러진 산책로…이곳을 지나고 나면 얼마니 않아 과수원이 나오고 산책 탐방로는 끝이 나게 된다. 이쪽이 진지동굴 6번 방향 7번 방향인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창천 방향임은 분명하다.
▲ 과수원으로 시작되는 창천으로 나오고 나면, 개울이 흐르고 있고 그 위쪽에 창고천 생태공원이 있었다. 해당 안내판.
▲ 운치있게 돌을 쌓아서 다리를 만들어 놨다. 뭐 생태공원이라면서 이놈의 인공적인 돌다리 때문에 유속이 느려져서 그런지 물은 온통 녹조로 가득 T-T;
▲ 그리고 볼것 없는 곳이지만 생태공원에서 사진 한장 찰칵 !
▲ 창천 버스정류장에 나올때쯤에 발견하게 되는 또다른 문화 유적지, 마애명… 이곳으로 향하는 계단 데크가 만들어져 있었으나 지치다는 이유로 포기
그리곤 택시를 잡기위해 일주도로에 있어보았으나 택시가 거의 지나가지도 않을뿐더러, 손님을 태우지 않은 빈택시 조차도 세워주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뜨거운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왕자암 표지판이 보이는 길까지 걸어갔다.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아지랑이와 뜨거운 열풍이 걸음을 힘들게 만든다. 길을 잃은 후 걷고 걷고 걸어서 도착한 주차장소는 감격에 겨울 정도였다. 복잡한 미로와 같은 굴메오름(군산오름)이지만, 여러 코스를 통해 굴메오름의 아름다움을 체험할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무덥지 않은 날이라면 길을 잃고 방황했던 그 길을 다시 걷고 싶기도 하다.